처음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약은 물론 꾸준한 치료도 중요하다는 말은 이해했지만, 의외로 가장 강조되었던 건 ‘식생활 개선’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무엇을 먹는지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과의 긴 싸움에서, 식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염증을 줄이는 오메가-3 지방산
자가면역질환은 염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오작동하며 생기는 염증 반응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바로 오메가-3 지방산입니다. 저는 처음에 오메가-3 하면 단순히 혈관 건강을 위한 영양제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섭취하면서 염증 수치가 실제로 눈에 띄게 떨어졌고, 관절 통증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연어,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은 천연의 오메가-3 보고입니다. 생선이 어려울 경우에는 들기름이나 아마씨유, 호두 등을 일상 식단에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튀기거나 가공한 형태보다는 생으로, 혹은 찌거나 구운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
자가면역질환에 좋은 음식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채소입니다. 특히 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아루굴라 같은 녹색잎채소는 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손상을 막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저도 브로콜리를 싫어했지만, 매일 소량이라도 챙겨 먹다 보니 속이 편안해지고, 아토피 증상도 줄어든 경험이 있었습니다.
또한 채소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장 건강을 개선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장의 투과성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혀서 먹든, 생으로 먹든 꾸준함이 핵심입니다. 한 끼에 한 가지 이상 다양한 채소를 포함하려는 노력이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장내 유익균을 위한 발효식품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중 약 70% 이상이 장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가면역질환의 조절에는 장 건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때 유익한 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줄여주는 발효식품은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김치, 된장, 요구르트, 낫토, 케피어 같은 자연 발효식품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저는 매일 아침 공복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소량 섭취했고, 식사 때마다 김치나 된장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몇 주가 지나자 변비가 사라지고, 피부 트러블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발효식품은 소금이나 당분 함량이 높을 수 있으니 양을 조절하고, 첨가물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 D와 면역 균형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가 비타민 D 결핍입니다. 저 역시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왔고, 이는 면역세포의 오작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비타민 D는 햇볕을 통해 생성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햇볕만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으로 비타민 D를 보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달걀노른자, 간, 버섯, 강화 우유 등이 대표적인 공급원이며, 특히 표고버섯은 익히면 더 많은 비타민 D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비타민 D는 단순히 뼈 건강을 위한 영양소가 아니라, 면역 조절의 중심에 있는 성분입니다.
글루텐과 유제품, 피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 중 일부는 글루텐이나 유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셀리악병이나 장누수증후군이 동반된 경우에는 글루텐 섭취가 장벽을 손상시키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게 됩니다. 저도 일시적으로 밀가루와 우유를 끊었을 때 속이 훨씬 편해지고, 잦은 복통과 두통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본인의 반응을 살펴보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면 최소한 한 번쯤은 글루텐 프리 식단이나 유제품 제한 식단을 시도해보는 것도 몸의 반응을 파악하는 데 유익합니다. 밀가루 대신 현미나 퀴노아, 귀리 같은 곡물을 활용하면 부담 없이 건강하게 식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항염 효과를 더하는 천연 식재료
강황, 생강, 마늘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천연 항염 식품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따뜻한 물에 강황 가루를 티스푼으로 한 번 타 마시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 향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며칠 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은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생강은 차로 마시거나 음식에 넣어 활용하고, 마늘은 가급적 생으로 섭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식재료들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면역과 염증 조절에 직결되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되, 이러한 천연 항염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자가면역질환에 좋은 음식, 결국은 나를 살피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끊는 일보다, ‘어떤 음식을 더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자가면역질환 식단의 핵심입니다. 저는 완벽한 식단을 만들기보다,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떤 음식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조합이 컨디션을 악화시키는지. 그것을 기록하고 반복하면서 저만의 식단이 완성되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좋은 음식은 누구에게나 같을 수 없지만, ‘자연에 가까운 재료’, ‘가공을 최소화한 방식’, ‘염증을 줄이는 성분’이라는 세 가지 기준은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고 나면, 이 식단은 억지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식단의 변화가 곧 일상의 회복이 됩니다
자가면역질환은 한 번 진단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음식이 주는 힘을 믿고 식탁을 조금씩 바꿔가다 보면, 통증이 줄고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저 역시 약물 치료만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몸의 안정을 식사를 통해 회복했습니다.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고, 정직한 재료를 선택하며, 하루하루 차분히 실천하는 일. 그것이 자가면역질환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오늘의 식사가 곧 내일의 상태를 결정짓는다는 것, 저처럼 직접 겪어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